뉴욕털게 | Poke

뉴욕털게
Posted 1 month ago

요즘 계속 화요일 밤 10시에 라이브를 했던 것 같은데, 오늘도 한번 ㄱ ㄱ ㄱ 해보겠습니다.

1.

저저번 영상에 출연했던 S님 이야기 아시죠.

‘정보를 계속 빼먹는 것 같아서 미웠던’ 후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저랑 얘기를 하시고 나서 아예 자소서랑 이력서를 보내줬잖아요? ㅎㅎ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 정도의 정보들을 줘버린거에요. ‘너 잘돼라!’ 이렇게. 자진해서. 댓가를 바라지 않고.

처음에는 벼랑 끝에서 한 발 내딛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주고 나서 좀 지나니까, 속이 후련하고 가볍고 그 친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생겨서 스스로 좀 낯설었다고 하죠.

2.

자존감이라는게 어디에서 나오느냐?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일반적인 길입니다. 내 삶을 좋은 일들로 채우는 거요. 필라테스도 하고, 식단관리도 하고, 커리어 관리도 하고, 날 위해 선물을 주고, 이런 길입니다.

다른 길은, 오히려 ‘탁’ 놓아버리는 것으로 자존감을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S님의 케이스가 그래요. ‘날 지키기 위해 안 줄꺼야. 얘가 나보다 더 잘나가면 내가 자존감이 위협 받으니까 최대한 안주고 최대한 방어할꺼야’ 이런 마음을 한번 놔본겁니다. 탁 놓고 줘버렸어요.

스스로 맘속에 꽁꽁 쥐고 있던 뭔가를 툭 터트린 거거든요? 그랬더니, 다른 느낌들이 올라옵니다. 긴장되어 있었던 뭔가가 내려가고 편해지고 가벼워진 느낌. 후배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느낌. S님은 모르시겠지만, 그 후기에는 자기도 모르는 자존감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3.

탁 놔보면 어떨까요?

S 님은 뭘 놓았냐? 자기 방어기제를 놓은 겁니다.

제가 수저게임 은퇴를 이야기하잖아요? 이것도 자기 방어기제를 놓는 겁니다. ‘그래! 난 이 정도로 만족하고 살게. 너 정도로는 못산다.’ 그럼으로써 내가 밧줄에 아등바등 매달린 사람이 아니라, 땅에 발 딛고 굳건히 사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보통사람을 왜 존중하자고 할까요? 보통사람을 존중하면 내 스스로를 존중하게 됩니다. 내가 보통사람이기 때문에.

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놓자고 하느냐? 그럼 ‘부모 잘못 만나서 망한 나’에서 ‘보통 사람 밑에서 큰 보통 사람인 나’가 되면서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미루기를 벗어나려면, 하루에 30분만 일해야 한다고 하느냐? 이것도 탁 놔버리는 겁니다. 내가 ‘그래 나 망한 상태다! 내 상태 지금 형편없다’라고 수용해버리면 마음이 가벼워지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5.

이상하죠? 자존감은 내가 아등바등 올라가야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를 떨어뜨려버림으로써도 생긴다. 나를 지키려고가 아니라, 내어놓음으로써 생긴다. 날 짜증나게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 속에서 나를 봄으로써 생긴다.

모순된 양 극단이 사실은 통하는 것임이 언뜻 머리를 스쳐간 순간, 우리는 잠깐이나마 진리를 본 것이 아닐까요.

501 - 26

뉴욕털게
Posted 1 month ago

건우님께 (가명. 현재 고등학생),

모두가 볼 수 있는 방식으로 답을 드린다고 했는데, 늦어서 미안합니다. 사연 정리해봤습니다.

나름 활달한 성격으로 살다가, 남중에서 서열정리를 당함. “잘난애들”을 나와 다른 급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서 아싸로 삼. 쭈구리로 살다가 고등학교에 갔는데 키도 커지고, 축구도 잘하게 되면서 다시 외향적으로 바뀌고 친구도 많아짐. 성적도 오름. 심지어 잘생겨서 질투난다는 말도 몇번 들음 (어우 기분 좋으셨겠네요 ㅋㅋㅋ) 축구대표도 나가고 나름 잘 하고 있는데, 그런데 과거 기억 때문인지, 친구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내가 뒤쳐지는 부분부터 찾게 됨. 공부를 잘하거나, 돈이 많거나, 운동을 잘 하건, 잘생겼거나, 키가 크거나 등의 기준으로 스스로 수저게임을 만듦. 내가 부족한 부분에서 “우위를 점한” 친구에게 무시를 당할 것 같음. 진심으로 대하기가 힘듦.

제가 몇마디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미래가 밝으시고, 무시당해본 경험도 있어서 약자의 입장도 헤아릴 수 있는 조건까지 갖고 계세요. 지금은 무시받고 못나가봤던 기억이 아픈 기억일지 모르지만, 본인이 그 입장에 있어봤기 때문에 약자의 심리를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계신 것이고, 이건 건우님이 살면서 엄청난 장점이 됩니다.

2.

근데, 이 경험을 나에게 유리하게 쓸 수도 있고, 불리하게 쓸 수도 있습니다. 유리하게 쓰는 경우는, 본인이 쭈구리였고 무시받아봤던 경험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가슴 쫙 펴고 ‘어, 나 그런적 있어!’라고 당당하게 받아들이면, 남의 아픔에도 공감할 수 있는 큰 사람이 됩니다.

반면, 이 경험을 숨기려하고, ‘그건 내가 아니었다’라고 생각하면, 스스로 끊임없이 쪼그라들게 됩니다. 이러면 남의 약점에 공감해주기 보다는 모른척 하게 됩니다. 나의 못난 과거가 드러날까봐. 그렇게 되면, 그 경험은 자산이 아니라 ‘트라우마’가 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전자의 입장을 취하고 가슴펴고 살아갑니다. 아픈 경험이 자산이 되는 것이지요. 어리석은 사람은 그렇지 못하고 숨기고 살아갑니다. 아픈 경험을 트라우마로 만든 후 괴로워하며 살아갑니다.

3.

지금 하고 계신 게임은 이런 거에요. 건우님이 자기 목에 줄을 칭칭 감은 다음에 손잡이를 친구들에게 주어서 끌려다니는 것이요. 나의 기분, 나의 자존감, 나의 가치, 나의 모든 것이 ‘친구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있는 꼴입니다.

이렇게 되면 건우님은 세상에서 제일 약한 사람이 됩니다. 저의 비웃음 한번 으로 건우님의 하루는 망가질 것이기 때문에. 건우님은 세상에서 제일 우스운 사람이기도 합니다. 제가 가볍게 칭찬 한번만 해줘도 기분이 하늘로 날아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의 목줄을 남의 손에 쥐여준 사람의 운명이 그렇습니다. 내 자존감의 목줄, 내 가치의 목줄을 내가 쥐고 있지 않습니다. 타인이 쥐고 있어요.

그 목줄을 쥔 사람이 지금은 반 친구들이겠지만, 어떨 때에는 부모님이 될 것이고, 직장동료가 될 것이고, 같은 동 이웃이 될 것이고, 나중엔 노인정 친구가 될 것입니다.

그 목줄은 그 사람이 가져간 것이 아닙니다. 내가 준 것입니다.

4.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는 온전히 상대방의 몫입니다. 나는 내 원칙에 따라 행동하고, 내 느낌에 따라 행동할 뿐입니다. 이에 대한 상대방의 평가는, 좋은 것이던 나쁜 것이던, 온전히 그의 몫입니다. 마음껏 평가하게 놔두세요. 그 평가를 옆 친구들이랑 공유를 한다면, 마음껏 공유하도록 놔두세요. 그건 그들의 몫이고, 그들의 소관입니다. 내 소관이 아닙니다. 그걸 쫓아가서 좋게 평가하게 바꾸려고 하면 내 목줄을 상대의 손에 쥐어주는 꼴이 됩니다.

테니스 칠 때, 아무리 승부욕이 강한 사람도 본인 쪽 코트에만 머무릅니다. 내가 보낸 공을 어떻게 칠 지는 상대방의 자유입니다. 근데 지금 건우님은 상대방 코트로 넘어가서, '이 공을 왜 이렇게 치냐! 저렇게 쳐야지' 하고 있어요. 그러지 마세요. 자기 코트로 돌아오세요. 그건 그의 몫이니 어떻게 평가하던, 공유하던 놔두세요. 그의 자유이고, 그의 자유가 아니라도 막을 방법 자체가 없습니다. 막으려 하면 내가 그의 노예가 됩니다. 공을 상대방 코트로 보내고, 어깨 펴고 지내세요.

그 평가가 집에 와 생각했을 때 맞는 말 같으면, 고마워하세요. 내가 부족한 점이 뭔지 알려준겁니다. 나이 먹으면 자기 손해볼까봐 알려주지도 않습니다. “상대방은 나쁜 의도였는데요?” 그래도 고마워하세요. 못생긴 접시에 담겼다고 음식을 버리지 마세요. 음식은 드시고 접시만 버리면 됩니다. 그리고 음식 준 것에 감사하세요. 최소 나에 대해 관찰하는 마음은 있었기 때문에 음식이 나온 겁니다.

5.

친구가 나에 대해 좋게 평가를 안하면 어떻게 할까요? 자기 그릇에 맞게 하세요.

그릇이 엑스라지면, 그 사람에게 고마워하고 더욱 친절하게 대하세요. 음식을 또 받아먹을 수도 있겠다 하고 더욱 가까이 두세요. 알고보니 이 사람 마음에 꼬인게 있어서 그랬던거라면, 그 꼬임을 친절함으로 펴주고 보듬어주세요.

그릇이 미디엄이라 나쁜 마음은 안 먹지만 마음은 터놓고 싶지 않아졌다? 그건 아무런 문제가 안됩니다. 모두와 깊은 친구가 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내치거나 멀리할 필요도 없습니다. 나는 계속 친절한 마음으로 그를 대하고 그 자리에 놔두면 됩니다.

그릇이 간장종지라 그와 있으면 기분이 나빠서 도저히 안되겠다면? 간단합니다. 그 친구랑 멀리 지내면 됩니다. 단, 그가 나쁜 놈이라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가 아니라, '내가 불편함을 못 이겨냈기 때문에' 멀리 두는 겁니다. 상대에 대한 원망 없이 멀리 하면 됩니다. 멀리한다고 꼭 미워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절교선언 같은 것을 하지 마세요. '내가 불편함을 못 이겨냈다'는 부끄러움으로 멀어지세요. 미안함으로 멀어지세요. 원망의 마음이 든다면, ‘내가 아직도 목줄을 넘겨놨구나’하고 느끼세요.

계속 원망이 들고 화가 난다면, 그릇에 금이 간 겁니다. 못난 것이 아니라, 마음고생이 많은 것이고, 히스토리가 있는 겁니다. 이건 치유가 필요한 상태구요,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합니다. 이 상태로는 이세상 그 누구를 만나도 시간이 지나면 원망하게 됩니다. 결국 ‘나는 괜찮은데, 세상은 이상한 사람들로 가득차있다’라고 말하게 됩니다.

누구나 자기 그릇을 금을 메꿀 수 있습니다. 넓힐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나이 80이 넘어서도 그릇이 말랑말랑합니다.

6.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한 노력의 끝은 허무이거나 불안입니다. 건우님이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의 인정을 위한 것일 필요는 없습니다.

남의 평가는 무시하지도 말고, 거기에 목매달지도 마세요. 접시는 버리고 음식만 드세요. 나중엔, 예쁜 접시까지도 버리고 음식만 드세요.

7.

나쁜 평가를 넘어서는 일들, 폭력이 사용되는 등의 불법적인 행동이 일어나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선생님께 알려야 합니다. 근데 거기까지 가지 않는 한, 그건 그들의 자유고 막을 방법도 어차피 없기 때문에 신경쓰지 말고 스스로 어깨펴고 사는것이 당당한 삶입니다.

8.

건우님보다 나아보이는 친구를 대할 때, 열등감으로 인해 마음을 열기 힘든 문제는 위에서 제가 말한것처럼 해결합니다.

‘난 나를 꾸밀 마음이 없다. 이런 척 저런 척을 할 마음이 없다. 난 그냥 이런 사람이다’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세요. 그리고 ‘이런 나에 대한 평가는 온전히 상대의 몫이다.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고 관여할 방법도 어차피 없다. 서로 안 맞으면 안보면 되는 거지, 거기서 잘 보이려고 난리 칠 필요 없다. 어차피 세상에 사람은 많다’라고 생각하고 당당하게 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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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털게
Posted 1 month ago

뉴욕털게 라이브. 오늘(화) 밤 10시 (한국시간).

어제 올린 영상에서 결혼한 커플한테 '상대방을 털끝만큼도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이 존중이다'라는 말을 했었거든요. 그걸 본 구독자님이 이런 의견을 남겨주셨어요:

"정말 맞는 이야기인데 매번 적용이 어렵네요 ㅎㅎ근데 저는 서로 소통하면서 조금이라도 바꿀 '의지'가 있어야 '존중'도 가능한 것 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양말 똥그랗게 벗는 걸 매번 안 하지는 않아도 일주일에 한 두번정도는 제대로 벗는다면 존중해줄 수 있음 ㅋㅋㅋ ㅜㅜ근데 소통불가, 노력불가인 사람이랑은 그냥 멀어지는게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이것도 역시 저의 생각이죠 ㅎㅎ"

여기에 대댓글을 답니다.

0.
어려운 것이 맞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부관계나 부모자식관계가 가장 어렵습니다. 기왕 말도 안되는 얘기 한 김에 특히 부부관계에 대해 쭈욱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이런 게소리도 있구나 하고 들어주세요.

1.
"상대방이 ~해야 존중할 수 있다"는 태도를 갖고 있다면, 내 마음의 목줄을 빼서 스스로 상대방의 행동에 걸어놓은 상태입니다. 내 기분과 태도가 상대방의 행동에 좌지우지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양말을 둥글게 벗나 보자'하고 계속 쳐다보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기분도 꽁해지고(?) 스스로 노예의 자리로 (과장ㅎ) 걸어들어가게 됩니다. 상대방이 양말을 어떻게 벗느냐가 그 날 나의 기분을 크게 좌우하게 하기로 스스로 결정한 것입니다.

'나는 기분은 나쁘지 않은채로 존중만 하지 않을 뿐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사실 머릿속 개념이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순간 본인 기분이 좋지 않아집니다.

원래 의도는 나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려는 것이었는데, 어느새 거꾸로 상대방의 행동에 온통 좌지우지 되어버리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2.
"너가 어떻게 해도 난 널 존중한다"는 태도를 갖는 것이, 본인한테 가장 이득입니다. 상대방한테는 별로 이득도 아니에요. 내가 항상 친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고, 상대방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이 좌지우지되지도 않는다면, 내가 좋은 겁니다. 내가 자유로워진 겁니다.

'나만 상대방을 항상 존중한다는 것은 나만 너무 손해보는 것 같은데요?'라는 마음이 든다면, 상대방이 얄밉게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고, 마음속에 쌓여있는 감정이 많은 상태입니다. 내가 이득을 본다는 기쁨보다, 상대방이 이득을 봤다는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진다는 거거든요.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그래도 내가 한 때 (? ㅋㅋ) 좋아해서 선택한 여자(남자)인데, 그리고 나같은 보통 사람만나서 나름대로 살아보겠다고 고생하는데, 내가 좀 손해 보고라도 상대방한테 이득 주면 나름대로 좋은일 아닌가? 이 사람 힘든 일상에 내가 잠시나마 숨구멍 틔워주면 그것대로 보람있는 일 아닌가?."

3.
그래도 난 도저히 상대방이 편하게 사는 꼴 (내 희생으로) 못보겠다면, 문제가 심각한 것이고, 이건 얘기를 좀 더 들어봐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이유없이 이렇게 되지는 않으니까.

4.
"~하면 존중하겠다"는 것은 조건부 사랑입니다. 조건부사랑은 "합리적"입니다. 그래서 유혹적입니다. "나는 이걸 하고 너는 저걸 하기로 했잖아. 왜 안해" 이런 거요. "내가 너희 집에 이렇게 했으면, 너도 우리 집에 이렇게 할 것을 기대했어" 이런거요. 너무 합리적이고 상식적이어서 반기를 들 생각조차 안드는 것들이요.

합리성의 끝은 둘 중 하나입니다. 원수거나 남남이거나.

정이 많은 스타일들은 원수로 가고, 건조한 스타일들은 남남으로 갑니다.
"내가 온갖걸 다 해줬는데도 상대방은 도대체 모자르다. 도무지 상식이 안통하는 인간이다"로 가거나,
"내가 자기 뜻 맞춰줬다고 잠깐 웃어주는구나. 참 가증스럽다'"로 갑니다.

따듯함을 느끼고 싶었던 관계에 내 손으로 합리성의 레이저를 쏘고나서 남는 것은 건조한 거래밖에 없습니다. 이 때 남 원망할거 없습니다. 내가 쐈으니까.

5.
여담이지만, 이런 조건부사랑을 자녀한테 하면, 자녀는 평생 짊어지고가야 할 불안을 갖게 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룰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천체물리학자의 말을 아무리 들어도 알아듣기 어려운 것처럼요. 아이들은 어른들이 준 룰을 지키기도 어렵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살빠지는지 알아도 계속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처럼요.

이해하기 어렵고 지킬 수 없는 룰에 의해서 내 존재가치가 결정되면, 깊은 불안을 갖게 됩니다. 내 있는 그대로를 열어보이는 것을 어려워하는 성인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637 - 84

뉴욕털게
Posted 2 months ago

권선징악 라이브 내일 밤 (화) 10시에 가봅니다. (한국시간)

그리고 달리 할말이 없어서 올려보는 일기....:

1.
가끔 명상 고고주의(?)를 보게 된다. 명상+채식+요가 하는 지인이 있었는데, 성격이 - 대놓고는 아니고 묘하게 - 제일 까칠했다. 그냥 편하게 까칠하면(?) 부자연스럽지라도 않을텐데, 가끔 내비쳐지는 까칠함을 감싸고 있는 억지스런 친절함이 경장히 부자연스러웠다.

2.
명상에 환상을 갖는 것은 방 한 가운데서 정성스럽게 초에 불을 붙이려고 하면서, 자기가 선풍기 20대를 강풍으로 켜놨다는 사실은 못보는 것과 같다.

선풍기를 끄는게 먼저다.

날 힘들게 하는 부모님과 배우자와의 관계를 편하게 하면 촛불은 그냥 놔둬도 저절로 잘 탄다.
못미치는 자녀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면 촛불은 혼자서 잘 탄다.
수저게임을 은퇴하고, 날 조지는 사람도 사실은 보통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촛불은 대충놔도 잘 탄다.

3.
자아가 없어진다느니, 내 마음속에 우주가 있다느니 등의 알듯말듯한 형이상학에 빠지는 것은 촛불을 켜는 것이다.
당장 내 옆에서 취직하라고 아우성치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해결하는 것은 선풍기를 끄는 것이다.

명상을 하낫도 안해도, 이런 사람이 훨씬 더 명상적(?)으로 살아간다. Meditation은 안해도 훨씬 더 meditative 하게 살아간다.

4.
Meditation의 만렙이 100%라고 하면,
Meditation 위주의 훈련을 1000명이 하면 그 중에 1명은 100%에 도달한다.
반면, meditation을 하나도 하지 않아도, 선풍기만 끄면 1000명 중 900명은 만랩의 90% 정도로 살아간다.

490 - 65

뉴욕털게
Posted 2 months ago

'남 원망하는 마음 온데간데 없이 증발시켜서 우주로 날려버리기' 영상에 많은 분들이
"자기 자신을 원망하는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라는 질문을 주셨습니다.

남도 원망을 안할 수 있다면, 나 자신도 원망을 안할 수 있을까?
자기 자신을 과하게 원망하는 분들은 저랑 줌미팅을 한번 해보시지요 흐흐흐 (검은마수)
혹시 압니까? 오랜 원망을 내려놓게 될지...

원하시는 분들은 간단하게 증상(?)을 설명하시는 이메일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nycrab33‪@gmail.com‬
저와의 모든 만남은 영상으로 제작됩니다.

485 - 23

뉴욕털게
Posted 4 months ago

뉴욕털게와의 만남을 신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총 274분께서 신청을 해주셨어요. 신청에 작성해주신 사연들은 274개 모두 자세히 읽어봤습니다.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6분을 선정해서 이메일을 드렸습니다. 기회가 되어서 한번 더 할 수 있게 되면, 신청해주신 분들 중에서 추가로 이메일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82 - 64

뉴욕털게
Posted 4 months ago

뉴욕털게와의 만남

집밖에 나가본 게 한달 전이신 분. 인생회피 상태이신 분. 이 세상에서 나만 빼고 다 잘나가는 것 같아 괴로우신 분. 어디계신가요? 뉴욕털게와 한번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시지요 (상태 더 나빠짐ㅎ).

잠시 서울털게가 된 김에, 구독자들과 만나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단체로 만나는 형태는 아니고 1:1 아니면 1:2상담에 가깝습니다. 단체로 만나면 제가 주로 말을 하는 형태일텐데, 저는 이미 유튭에서 말을 많이 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구독자분들의 말을 들어보는 형태로 갑니다. 제가 질문을 많이 던질수도 있습니다.ㅎㅎ

참가비는 없습니다. 몸만 오시면 됩니다. 제가 장소와 물(최고급 500ml 생수)을 준비하겠습니다. 다만, 모든 미팅은 입장부터 퇴장까지 녹화가 될 예정이니 (구독자는 블러처리) 이것에 동의하시는 분만 신청해주세요.

7월 20일 토요일 오후 1-4시 잠실역 근처에 미팅룸을 빌리겠습니다. 한 분당 20분 정도 얘기를 나누시는 것으로 하시지요. 그럼 제가 아마 여섯 분 정도 만나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에 추가로 다른 날 시간이 더 나면, 더 만나뵙겠습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이 폼을 작성해주시면 됩니다: forms.gle/RVd9Tu4hgH7KiXE28
신청은 11일 (목요일) 밤 자정까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한 상황에 계신 분을 선정해서, 이메일 답장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워낙 적은 수의 분들 밖에는 만날 수가 없어서 아쉽네요 ㅠㅠ 하지만 또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곧 만나요!

991 - 147

뉴욕털게
Posted 4 months ago

1. 한국은 여름은 꽤 습하군요 (한국 모르는 척 + 소설가 말투).

일 때문에 한국에 들어와 있습니다. 10년만에 와본 한국. 많이 변해있네요. 허허벌판으로 한적했던 지역에 거대한 아파트의 바다가 넘실대네요. 페인트칠이 벗겨지던 허름한 아파트들은 주상복합 초고층 아파트들로 바뀌어 눈을 휘둥그레 만드네요. 뒤늦게 사회초년생 생활을 시작했던 제 친구들은 어느 새 자리 잡은 중년 아저씨들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저런 동네 아파트는 얼마나 하냐?" 라는 순진한 저의 물음에 친구가 일부러 닳고닳은 말투로 전해주는 가격은 여기가 맨하탄인가 싶게 만드네요. 저 가격의 아파트가 저렇게 끝이 안보이는 바다처럼 늘어서있다니... 거기서 한번 놀라고, 그 중에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은 집이 하나도 없다니, 여기서 두번 놀라네요. 저기 사는 저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누굴까 싶네요.

하지만 또 그 와중에 순대국의 맛은 여전하네요(?). 짜장면이랑 교촌의 맛, 여전해요 (가격은 안 여전). 순대국 3번, 짜장면 3번 연속으로 먹으니까 뭔가 좀 채워지네요.

일하는 곳이 집에서 두시간 대중교통 출퇴근 (왕복4시간) 해야 하는 곳인데, 아주 그냥 서울의 진한 맛을 보고 있습니다.

2. 메일이 많이 와 있는데, 서울에 와서 정신없이 생활하다보니 답을 못드리고 있습니다. 메일에 답을 드리는 새로운 방식을 궁리해보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1.1K - 109

뉴욕털게
Posted 5 months ago

1.

앞으로 가야한다는 마음이 장기간 심리를 짓누르면, 몸은 어떻게든 뒤로 가려고 한다.

보통의 경우, 어쩌다 게임을 한 시간 하게 되면, 그냥 한 시간 재밌게 논 것으로 끝나는 반면, 스스로를 장기간 몰아세워온 사람은 ‘에이 오늘 망했다’하고 3-4시간을 더 한다.

보통의 경우, 어쩌다 케잌 한 조각을 먹으면, 그 칼로리 만큼만 손해를 보고 끝나는 반면, 다이어트 스트레스를 장기간 받아온 사람은 ‘에이 오늘 망했다’며 라면과 과자도 먹는다.

스스로를 압박하지 않는 사람은 한번 삐끗하면 삐끗한 만큼만 손해를 보지만, 스스로를 장기간 압박해온 사람은 한번 삐끗하면 그것의 10배의 손해를 본다.

앞으로 가려고 할수록 뒤로 간다.

2.

이 글이 ‘나를 좀 놓아주어야 되겠구나’라고 읽히지 않고, ‘장기전이 되기 전에 빨리 해내야하는 것이군’이라고 읽혔다면 짓눌린 상태이다.

3. 1만 Q&A

다소 심각한 말투로 글을 올린 털게입니다. 다들 안미루고 잘들 살고 계신가요?

요즘 댓글에 ‘미루기윗미 보면 일은 저따구로 미루는데, 어찌하여 영상은 꾸준히 올리고 있는 것이냐’라는 내용이 달리곤 합니다. 후후후,, 혹시 영상 만드는 것이 저의 한눈팔기라는 생각은 안해보셨나요? (김상중 톤)

얼마전, “그래 이 시점에서 구독자 1만명 Q&A를 한번 진행하는게 맞아”라는 생각이 급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유튜브로 튀어왔습니다.

사실 이미 기존 영상에 댓글들로 많은 Q들을 주셨었어요. 거기에 이미 자연스럽게 솟아난 궁금증들이 많이 녹아나있어서 그걸 위주로 Q&A 영상을 만들어보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달리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이 포스팅에 댓글로 남겨주세요.

그럼 살펴들 들어가세요.

뉴욕털게드림

1.2K - 137

뉴욕털게
Posted 7 months ago

디지털 단식

고민상담 이메일들을 읽다 보면, '미루는 습관'에 관한 것이 가장 많다. 읽어보면, 소소하게 취업원서 내는 것 미루고 있는 정도부터, 데드라인을 못맞춰서 인생의 경로가 바뀌는 수준의 분들도 있다. (그래도 아직 내 수준인 분은 못봄ㅎ)

극복하는 팁을 구하시는데, 요즘의 나의 답은 단연 '디지털 단식'이다.

모든 종류의 SNS, 유튭, 인터넷뉴스, 게임 등을 완전히 중단하고 유일하게 보는 디지털 콘텐츠는 전자책(논픽션)으로 제한 하는 것이다. 의외로 할만하다. 왜냐면 무심코 폰을 열었을 때, 그래도 뭐라도 볼게(?) 있기 때문에.

미루는 뇌는 회피본능이 발동된 뇌이다. 5년동안 지지부진 했다면 5년동안 회피상태에 놓인 것이다. 부담스러운 일, 스트레스에 민감해진 뇌는 아주 미세한 압박이라도 느끼면 바로 회피를 시전한다. (ex. 시험기간, 공과금 내는 시즌, 음식점에 갔는데 줄이 길 때, 무조건 반사로 폰을 집어들게 되는 것) 이게 심각해지다보면, 자기가 자기 인생 자체를 회피하는 상태로 '인생이 빨리 지나가버리길 기다리는(?)' 말도 안되는 심리상태에 놓인다.

우리 시대의 '회피상태'는 곧 '디지털 콘텐츠를 쉬지 않고 소비하고 있는 상태'랑 같은 말이다. 회피상태가 심각하다면, 취업원서 파일을 열려는 시도를 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단식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다. 뇌를 쓸데없는 정보와 이미지의 자극에서 꺼내서 쉬게 해주는 것.

도파민 단식을 일주일 했다가 엄청 좋은 효과를 많이 봤었는데, 디지털 단식은 꽤 이어가고 있다. 결과는 아주 좋다.

과거의 금욕이 단식과 고행이었다면 현대의 금욕은 디지털 단식이다.
미루는 습관은 금욕으로 잡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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