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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용
Posted 2 years ago

공허와 놀아보자

그저 바라보며 솔직이 말하고 잡념에서 벗어나 평온을 찾길 바랬는데 다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었나 보다. 관종끼는 있다만 현학적으로 보이려 일부러 노력하지는 않았고 그런 재목도 아니다. 다만 그나마 몇 안 되는 아는 단어 중에서 중복을 피하려 애를 쓰긴 했으며, 일부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을 소리나는대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나 역시도 새로이 말을 배워가는 하루이기에 굳이 닫고 살려고 노력하지 안는다면 정설이 아니거나 타당하지 않는 표현이라도 그럴 수 있겠다 너그럽게 봐주길 바란다. 아울러 가끔이라도 찾아 주셔서 읽는 분들을 배려하여 좀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
그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차분함을 저 깊이 내리다 보니 자칫 우울과 허무의 굴레에 쌓인 느낌을 주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 무기력이나 자책을 드리우게 하는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삶의 소중함을 작은 것에서 있는 것들과 함께 하는 방법으로 #놀며빌어먹기 를 주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출발점에 공허함이 있다는 사실은 의도와 무관하지만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며칠 아팠다. 지금도 어울렁거리지만 간만에 열나고 낑낑 대었더니 살아있음을 다시 실감하게 되어 찌릿하지만 가을 닮은 쓸쓸함이 스칠 때 일어나는 허무는 너무 진해서 애써 가리기 힘들다. 계절보다 빨리 사랑은 떠나고 가족이나 친구의 떠남도 도롱이 벌레 겨울나기 부산스러움보다 훨씬 준비없이 맞이한다. 꺼져가는 생명은 가상현실 같은 진실이라 여기에 기생하는 탐욕과 만족들조차 소멸의 블랙홀 앞에 귀여운 장식일 뿐이 아니던가. 비명과 환호도 모조리 쓸어 담고 빛마저 빨아먹고 사라진다.
이 과도기에 삶이라는 무대에 잠시 설 수 있으니 어차피 채울 수 없는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금 옆에 있는 자와 관계를 소중히 하고 그냥 주어지는 것들과 먼저 놀아야 할 터이다. 생을 비관할만큼 용감하지 못하며 그럼에도 하루를 사는 생명의 본능을 따르고 있으니 괜한 오해는 하지 마시기 바란다. 음습함에 대한 책임으로 한문장 변명의 틈을 준다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허무하지만 차가운 노벰버 레인 아래 우리 공허와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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