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우-u5k

4 days ago

나는 대구 토박이다.
대구 일자리의 질과 평균 임금은 전국 최하위권 수준이고
광역시라는 타이틀만 가지고 있을 뿐
광역시라는 말이 무색하게
제대로 된 대기업
(아니...대기업까지 안가도 된다)
제대로 된 중견 기업조차 찾아보기 힘든 도시다.
그로 인해 유망한 젊은이들은 대구를 포기하고 하나둘씩 수도권으로 빠져 나가고
그래도 대구에 남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양질의 취업자리가 없으니까 머리로 승부 보겠다고 고시 공부만 죽어라 하니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공무원 시험 합격 평균 커트라인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 대구다.
내 친구놈 하나도 대구에서 공무원 한 번 되어보겠다고 십년을 넘게 공부해서 겨우 붙을 정도로...
공무원 시험을 무수히 낙방하던 내 친구가 매번 하던 이야기가
대구 아닌 타지역으로 가면 내가 받은 점수로 합격하고도 남는다고...
그리고...그 외에 어쩔 수 없이 대구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대구가 고일대로 고여서 썩어 있다는거...
타지 사람들이 보면 그렇게 보일 것이고
대구 토박이인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동안 대구가 시행해온 정책들(가장 최근에는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 건립) 중에 마음에 들었던게 거의 없다시 했다..
딱봐도 대구 시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인들이나 시장들 본인의 치적(이라고 쓰고 삽질이라고 읽는다)을 과시하기 위한 시민들의 삶과는 무관한 정책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대구권 광역철도 사업은
내가 40년을 넘게 살면서 대구에서 시행한 정책 중에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거창하게 다 뜯어 고치고 새로 짓는게 아닌
기존 시설물(기존 선로 활용하고 플랫폼 높이를 높인 후 스크린 도어 설치)을 십분 활용하면서 필요한 부분에만 비용을 집중 투자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극대화 했다는거다.
뭐...혹자들은 2량으로는 택도 없다
김포 골드라인 꼬라지 난다는 둥 되도 않는 소리를 하던데
2량으로 택도 없으면 기존 시설물 뜯어낼 필요 없이
플랫폼 높이를 또 올리고 스크린 도어만 설치하면 승강장 길이 늘리는건 일도 아닐테고...
또 어떤 사람들은 붐비는 시간대와 한산한 시간대의 승객의 차이가 많이 날 수 있을거다...
그런게 걱정이라면 배차간격을 더 현실적으로 조정하면 되지 않겠는가?
한산한 시간대에 배차간격을 조금 더 늘린다고 해도
지금 현행 무궁화호 만큼의 배차간격까지 늘어나지는 않을테니...
경산 대구 구미 간의 무궁화호 열차를 이용하는 승객이
이제는 고스란히 대구권 광역철도 노선으로 흡수가 될 것이고
그만큼 운영이 잘 되면 증편이나 증량의 여지도 생길 것이고
나아가서 역사의 수도 더 늘어날 여지가 생길 것이다.

대구 살면서 이 정도로 기대되는 일이 있었던건
라이온즈 파크가 개장되었던 그 해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새벽에 주저리주저리 글쓰다보니 내가 뭔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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